


2.png)
2%20-%20%EB%B3%B5%EC%82%AC%EB%B3%B8.png)



그를 아는 사람들은 보통 바리라고 부른다.
나이는 마을 사람들이 그를 동굴에서 발견했다고 증언하는 시기에 따른 대략적인 추측이다.

짧게 땋은 꽁지머리는 지저분하게 이리저리 뻗쳐있다. 항상 희뜩한 삼백안을 또렷이 뜨고 상대방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덥수룩한 앞머리 아래로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져 있었다. 작은 아이치고는 기묘하고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인상이었다.
자잘한 흉터가 가득한 손발과 옷소매, 얼굴은 무엇을 하다 온 것인지 언제나 흙투성이다. 허리춤의 불룩한 천주머니에는 올록볼록한 조약돌을 잔뜩 넣고 다닌다. 가죽신을 신은 모습보다 까마귀 같은 맨발로 걸어다니는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png)

.png)



.png)

.png)

돌탑은 돌이 지닌 영원불변성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종교 원리에서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이다. 이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이루기 시작한 사람들이 소원과 정성을 모아 산과 마을 어귀에 돌을 쌓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액운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산의 정기를 이어주는 거점이었던 돌탑은, 태양과 국가의 보호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점차 한낱 미신으로 치부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영원한 번영을 약속하는 듯 했던 태양이 저물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오늘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다시 하루하루 소박한 소원을 담아 돌 위에 돌을 누르기 시작하였다.

<어두운>
그는 대체로 말수가 적고, 그마저도 자주 더듬거리는 편이었다.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을 꺼리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는 것에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혼자 땅바닥에 앉아서 눈을 멀뚱멀뚱 굴릴 때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끔은 구석에 틀어박혀서 주워온 돌만 만지작거릴 때도 있었다.
<순진한>
하지만 어두운 첫인상과 달리, 알고 보면 그는 그저 먹을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믿는 사람 앞에서는 쉽게 어리숙한 진심을 조잘거리는 아이일 뿐이었다. 흙투성이인 겉과 반대로 그의 속마음은 때 묻지 않은 편이다. 단지 그에게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자신의 존재만큼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철없는>
많은 현상에 나름의 해석을 붙이고 다니기는 했으나, 그는 소위 말하는 세상 이치를 몰랐다. 갑자기 만들어진 귀한 신분이나 16살의 나이는 그에게 도무지 맞지 않는 옷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또래에 비해 왜소한 체구를 볼 때 잘 먹지 못해서 정신적 성장도 더뎌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중앙에 오기 전까지 평생 비좁은 세상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탓도 크다.
그 예로, 그는 세상의 부조리가 일어나는 원리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 악의나 소외, 버림받는 것은 태양의 종말이나 굶주림과 마찬가지로 그저 어떤 불가피한 현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고집 센>
하지만 단순한 성정과 반대로, 먹을 것이나 자신의 몇 안되는 소유물에만큼은 집요하고 끈질긴 집착을 보였다. 이는 중앙에 오기 이전의 생존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번 정을 준 사람은 졸졸 따라다니는 한편 한번 적개심이 생긴 사람에게는 쉽사리 경계를 풀지 않았다. 화가 나거나 겁에 질린 상황에서 한번 입을 다물면 하루종일 절대로 열지 않을 때도 있었다. 대체로 그는 용서에 느린 편이었다.

.png)

.png)


- 여전히 글씨를 쓰거나 읽는 것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중앙에 오면서 까막눈은 벗어났지만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 가끔 흙바닥에 삐뚤빼뚤한 글자들이 보인다면 그가 다녀간 것이다.
- 생전 처음 받아보는 귀인 취급이 오히려 귀찮고 어색한 것 같다. 그래서 실험 시간 외에 소록 사람들을 보면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대개 도망다니려는 바람에 크고 작은 소동의 원인이 되었다.
- 상당히 민첩한 편으로, 디딜 곳만 있다면 나무나 벽을 쉽게 타고 오른다.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먹을 수 있는 풀을 골라내는 요령도 잘 안다. 하지만 중앙에 오고 나서는 거의 쓸모가 없는 소질이다.
- 단 것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살면서 몇번 먹어보지 못했지만 정말로 엄청나게 좋아한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줘도 덥석 따라갈 정도로 좋아한다. 머릿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단 맛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 모든 사람한테 반말을 하는 버릇은 중앙의 교육을 받고 나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 의원이나 약방을 몹시 싫어한다. 때문에 어딘가 까지거나 다치면 혼자서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있는다.
- 신령 일체화 이후로 종종 여기저기에 작은 조약돌 무더기를 쌓아놓고 다닌다. 때문에 그가 머물렀던 자리는 금방 티가 난다. 소통은 못하지만 신령과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자신의 보물을 어딘가에 숨겨놓는 버릇이 있는데, 주로 이제는 쓰이지 않는 오래된 엽전이나 특이한 빛의 자갈, 깨진 사금파리 따위다.
- 사람들이 왜 해를 미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중앙에 와서 처음으로 따스한 환을 만져보고 나서는 자신도 해가 잠들기 전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png)
.png)


.png)


.png)














